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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환 목사 | 하나님의 넘치는 축복 속에 걸어온 나의 삶 20

I. 나의 신앙과 신학

서울로 복귀한 장로회신학교②

서울로 복귀한 장로회신학교
그러던 어떤 날 권세열 선교사가 나에게 해 주시는 말씀이 있었다. 배제민이 서울노회에서 목사고시를 쳤는데, 권세열, 황은균 목사 등이 고시위원으로서 배제민의 고시 성적을 보니 낙제 점수였기 때문에 협의를 했다는 것이다. 신학교 강사가 목사 고시에 낙제를 했다면, 신학교 체면의 문제가 아닐까 하면서 그를 합격시키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권선교사가 나에게 하면서, 배제민이 유학 갈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 장학위원으로 계시는 권 선교사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배제민은 북장로교 유학 장학금을 받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제민은 종내 북장로교 장학금으로 유학 가는 길이 막히고 말았다. 몇 해 후에 남 장로교 선교회 장학금을 탈 기회가 돌아와서 그 길로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그 이야기는 후에 다시 하기로 하자. 
계일승 박사의 건은 박 박사가 나름대로 방안을 마련하였다. 한태동 박사가 Princeton 신학교에서, 동양인으로서는 제1호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였다. 그를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Westminster신학교에 추천해 보낸 박 박사가, 그를 장로회신학교 교수로 점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세대학교 총장 백락준 박사가 미국에 가서 직접 한태동을 만나, 연세대학교 교수로 정식 교섭을 해 놓는 바람에 장로회신학교는 그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러나 박 박사는 한태동을 시간 강사로나마 청하여, 졸업반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반은 계일승 박사에게 맡기고, 반은 한태동에게 맡기는 수단을 썼다. 그렇게 그 둘을 서로 경쟁하게 했다. 같은 교회사를 가르치는데, 아무래도 싱싱한 한태동 박사가 월등히 인기를 얻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식으로 해서 계일승 박사가 자진 물러나기를 바라고 한 술책이었다. 그러나 그 수가 들어먹지를 않았다. 계일승 박사가 그런 일쯤으로 직장을 물러날 인물이 아니었다. 결국 그 두 교수의 사이만 어색해지고 말았다.
박형용 박사는 새롭게 공부하고 돌아오는 젊은 학자들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윤국 목사도 미국 핏쯔벅의 Western 신학교에서 구약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아 가지고 돌아왔다. 박박사는 미국서 돌아온 이영헌, 김윤국 그리고 나를 차례로 불러서 침을 놓으며, 절대로 딴 소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즉 새로운 신학 사상을 고취하지 말라는 것이다. 비평학적인 강의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가 견지하고 있는 근본주의적 정통보수 사상과 상치되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조심 또 조심 주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은 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숨기고 그 반대의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루는 박선흠이라는 졸업생이 나를 찾아와서 부탁하는 말이 있었다. 자기가 그리스도 교회(Church of Christ)라는 교단에 속해 있으면서 “기독교계”라는 명칭으로 월간지를 내기로 했다고 하면서, 나더러 신약성경 사역을 해 주면, 매호 초두에 그것을 싣겠다는 것이었다. 새 시대 한국교회 쇄신을 위하는 작업에 동참해 달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 제안을 승낙하고 우선 바울의 옥중서신 사역을 시도하였고, 그것을 그 잡지에 연재했다. 둘째 호부터는 한국신학대학 김정준 교수의 시편 사역도 같이 실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잡지가 제4호까지 내고는 단명하게도 폐간이 되고 말았다. 이런 성경번역 사업은 대한성서공회가 해야 할 일인데 개인들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무렵 서울에는 복음동지회라는 친목단체가 있었다. 일본 시대에 일본 본토에 유학을 가서 신학공부를 마친 분들과, 하다가 돌아온 사람들이, 동지회를 조직했던 것이다. 지동식, 박대선, 윤성범, 문익환 등을 위시하여 수십 명의 쟁쟁한 인사들이 뭉친 조직이었다. 그들이 아마도 “기독교계” 잡지에 실린 나와 김정준의 사역(私譯)작업에 자극을 받은 모양인지 몰라도, 매주 월요일에 만나서 마태복음을 번역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떤 날 그 단체와는 상관이 없는, 즉 일본에서 신학공부를 한 적이 없는 나를 초대하여 그 단체의 회원이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일본 동경신학교에서 유학 경험을 가진 이영헌 목사가 끼어 있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그들의 마태복음 번역에 나도 가담하였다. 결국 헬라어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다보니, 그 일을 도맡은 사람은 네 사람으로 줄어들었다. 나도 그 중의 하나로 마태복음을 번역을 끝냈다. 그럴 때 비로소 대한성서공회는 기선을 빼앗긴 것을 후회하면서, 우선 신약성경 새번역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일을 추진하였다. 대한성서공회는 나를 초역자로 정하고 전임 번역관으로 채용하였고, 장로회신학교는 그것을 용인하였다. 그러니까 나는 두 곳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이 됐다. 그 다음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장로회신학교 내의 일로 돌아가 보자.

대한성서공회에서는 한글 성경의 역사와 더불어 생애 첫 성경을 받은 전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전시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장로회신학교 교지 물색과 그 결과
장로회신학교로 몰려온 학생의 수가 600 명을 넘었다. 남학생들의 병역이 면제 된다는 말 때문이었다. 어쨌든 학생의 수가 많다 보니 학교는 비좁고, 그 학생들을 가르칠 여건이 점점 나빠졌다. 게다가 조선신궁 자리에서 신학을 가르친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꺼림직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들이 산재하여, 미관상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시 주변에서 교지를 물색하기로 하고, 이사들과 박 박사가 불광동과 수유리 쪽의 땅들을 찾아가 보았다. 수유리에 있는 지금의 한국신학대학 대지도 박 박사가 답사한 땅이다. <계속>


박창환 목사
전 장신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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