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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환 목사 | 하나님의 넘치는 축복 속에 걸어온 나의 삶 16

 
인천상륙작전 후 생포한 인민군들

I. 나의 신앙과 신학
서울에서 살아남은 나
“그래도 이름은”하면서 무언가를 대라는 말투였다. “아니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소”하고 잡아뗐다.
그랬더니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위기를 면했고, 그 다음 날 국군과 연합군의 입성을 환영할 수 있었다. 실은 그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준비를 해 두었었다. 길성운과 현수길의 동경 유학동기이며, 길성운을 현수신(현수길의 누나)에게 결혼 중매를 한, 절친한 친구, 김희섭이라는 사람이 인민군 최고 간부의 한 사람이 되어 서울에 와서, 우연히 시장에서 길성운을 만난 것이다. 그 둘이 얼싸안고 옛 얘기를 한 끝에, 김희섭이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을 하라”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던 것이다. 그 전화번호를 나도 받아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유사시에는 써먹을 작정을 하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6·25 동란을 서울에서 겪으면서도, 무사히 살아남았던 것이다. 신촌 쪽에서 시내를 향하여 쏴대는 아군의 박격포와 탱크포탄들이 “왱”하고 날아오는 소리, 곧바로 내 머리에 떨어질 것 같은 포탄 소리를 며칠 동안 들어야 했다. 명륜동 숙소 이층에서 돈암동 쪽으로 후퇴하며 달아나는 인민군 졸병들과 총탄에 맞아 죽어 가는 자들, 죽어서 쓰러져 있는 북한의 어린 군인들, 그 처참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서울에 입성한 국군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혹시나 숨어 있는 인민군은 없을까 하고 색출작업이 시작됐다. 나는 살아남아 국군들을 기쁨으로 영접할 수 있었다.

6·25 동란 직후
9.28 수복이 되자 장로회신학교가 다시 가을 학기를 시작했다. 나의 동기 졸업생 중 홍일점이었던 이양배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피난 화물열차 꼭대기에 탔다가 굴을 지나가면서 사고를 만나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진홍 목사(구약교수)는 전쟁 중에 미군 통역으로 종군을 하면서 담배를 피웠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런 일로 인해서 그는 신학교에 돌아오지 않고 종적을 감추었다. 강의가 시작된 지 얼마 있지 않아서 북상하던 연합군이, 중공군의 응원을 얻은 북한 인민군에게 몰려 퇴각하기 시작하였고, 다시 밀려 내려오는 바람에, 신학교 강의는 자연히 중단되고, 소위 1.4 후퇴라는 사태로 돌입했다. 나는 그 당시 영락교회 부목사로 계셨던 강신명 목사님 사택 한 간을 빌려서 살다가, 이번에는 한강은 넘어 피난을 가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한경직 목사님께 부탁하여 복구된 한강철교를 건너는 마지막 열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수원, 대전을 거쳐서 드디어 대구역에 도달했다. 그 열차는 거기서 더 멀리 내려가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서는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부산까지 이동할 수 있었고, 거기서 처가 식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세가 더 악화하여 적군이 계속 남하할 기세였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안전을 위하여 제주도로 가는 배를 타게 되었다. 동서인 길성운씨가 정부 외자청 상부 직원으로 있으면서, 제주도로 정부 물자를 실어 나르는 ‘지남호’라는 배에 우리들 가족 전체를 실어 주었던 것이다. 제주항에 내린 우리 가족들은 각각 본고장 사람들의 집에 세를 얻어 피난살이를 시작했다. 나와 내 아내는 제주시 이도리에 있는 한 시민의 중간 마루 한 쪽에 홑이불로 막을 치고 살게 되었다. 처남 현수길이 제주시에 피난 온 미국문화공보원(USIS)이라는 기관에서 일 자리를 얻어 일을 하면서, 나에게도 일감을 얻어 주셨다. 즉 매일 발간되는 한국신문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었다. 
나는 짬짬이 A. B. Davidson의 히브리어 교과서를 번역하였다. 전기불이 없어서 촛불을 켜놓고 눈을 비벼가면서 그 작업을 했다. 변변히 먹지도 못하면서 눈을 많이 써서인지 그 때부터 시력이 약해져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전쟁 피난민이 제주도 여러 곳에 산재해 있었다. 제주시에는 동부교회와 서부교회가 있었고, 많은 목사들과 교인들이 그 두 교회에 출석했다. <계속>


박창환 목사
전 장신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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