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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환 목사 | 하나님의 넘치는 축복 속에 걸어온 나의 삶 10

▶1947 고려신학교


I . 나의 신앙과 신학
고려신학교의 노선과 갈등

박형용 박사의 귀국과 환영
부산에 있는 고려신학교는 그 학교의 체제 강화를 위해서, 중국 심양(봉천)에 머물고 계시는 박형용 박사를 교장으로 모셔올 계획을 세웠다. 15만원의 비용을 갹출하여 송상석 목사를 파송하였다. 그 돈은 한태동 박사의 부친 한에녹 장로에게서 나왔다. 해방 전에 중국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안면이 있는 이약신 목사가 같이 활동하던 거상 한 장로에게서 그 비용을 얻어낸 것이다. 송 목사가 인천에서 배를 타고 대련으로 해서 심양에 갈 계획을 가지고 서울에 들렸을 때, 우리가 묵고 있는 노량진 숙소에 들렀다. 그 때 우리는 장문(長文)의 호소문을 써서 송목사 편에 박 박사에게 보냈다. 기독교 정통신학을 애호하는 많은 학생들이 수난하며, 박 박사님의 귀국을 학수고대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박 박사의 4인 가족이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다. 1947년 9월 23일의 일이었다. 그의 귀국을 고대하던 많은 교회 유지들과 학생들이 서울 시내 창덕궁 안에 있는 비원에서 성대하게 환영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를 서울에 눌러 앉혀서, 서울에다 조선신학교를 대항할 수 있는 정통주의 신학교를 세우려는 운동도 벌였다. 그러나 고려신학교의 경비를 가지고 귀국한 박 박사로서는 당장에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따라서 신앙동지회원 대다수가 그를 따라 고려신학교로 내려가, 편입하였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고려신학교의 노선과 갈등
부산시 대청동에 있는 중앙장로교회(노진현 목사 담임)에서 박형용 교장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식장 전면 장식을 내가 맡았다. 성대한 식전이었다. 신학교의 위치는 평양에서 부산으로 옮겨왔고, 시간은 1938년에서 1947년으로 건너뛰었지만, 아마도 신학사상과 신앙은 구 평양신학교의 그것을 계승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더더욱 옛 평신의 조직신학 교수 박형용 박사가 교장 직에 오름으로써 말이다. 그러나 다른 것은, 우선 과거처럼 미국과 캐나다와 호주의 네 개의 큰 선교회의 후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아주 작은 정통장로교회와 성경장로교회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교단들 출신인 함일톤, 최이선, 한부선, 마두원(말스베리) 선교사들이 고려신학교를 돕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뚜렷하게 다른 점은, 고려파는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수절한 파라고 자처하고, 여타의 교회는 절개를 굽힌 더러운 교회이니, 회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자기들에게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고려신학교는 그 입장을 고수하는 학교라는 점이었다. 
고려신학교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신사참배 문제로 옥고를 치른 학생들도 있었다. 박형용 박사, 박윤선 박사의 강의도 훌륭하고 학생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나는 불만이 없었다. 시간이 있는 대로 나는 구약원전을 사전을 뒤져가면서 읽고 있었다. 큰 2층 건물 하나에 교실, 예배실, 기숙사가 다 들어 있었다. 아래층은 식당과 기숙사이고, 2층에 예배실과 작은 강의실이 몇 개 있었다. 나와 몇 친구가 2층 예배실 옆에 있는 방에서 기거했다. 거기에는 흑판이 달려있었다. 그 때에도 영어 공부가 유행이어서, 나는 그 흑판을 사용하며 동급생 몇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도 하였다. 하종관, 김준곤, 윤광섭 학우가 그 때 같이 영어를 공부하던 친구들이다. 예과 학생들 중에도 박윤선 목사님의 지도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이 후에 그 학교의 학장직을 번갈아가며 맡는 것을 보았다. 이근삼, 오병세, 홍반석 등이 그들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그 학교는 매우 학구적이었다고 생각된다. 박윤선 교수는 종종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죽는 것은 순교입니다”라고 하시면서 학생들을 독려하셨다. 
나의 짐작이지만, 그 때 신학교 교수회는 계획적으로 인재양성을 시도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부선 선교사가(아마도 교수회의 결의를 거쳤을 것이다) 자기의 모교인 Wheaton대학(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기독교 대학: 빌리 그래함, 마삼락, 감이도 등의 모교)에 나를 위하여 입학원서를 내어 입학허가서를 받고, 나의 일자리까지 마련해 놓았다. 그것은 나 몰래 비밀리에 진행된 사건이었다. 내가 그 학교를 떠나 장로회신학교를 졸업하고 전임강사가 된 후에야 한부선 선교사가 나에게 그 소식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주셨다. 미국 유학을 갈거냐 말거냐 대답하라는 독촉장을 보내온 것이다. 이렇게 고려신학교는 이미 교수 양성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 한부선 선교사의 물음에 내가 “Yes”하고, 그 때 유학을 갔더라면, 나는 고려신학교의 교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겨울방학이 되자 나는 강원도 춘천에 계신다는 5촌 고모님(박경원)댁을 찾아갔다. 38선 이남에 다른 친척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고모부는 강원도청 직원이셨다. 내가 어릴 때 황해도 사리원에서 나의 아버지와 알고 지내던 김유찬 목사님이 춘천교회 담임 목사로 계셨다. 타향에서 가까운 친척을 만나니 매우 기뻤다. 고모님도 나를 반겨주셨다. 그런데 고모님 댁 바로 옆집에 묘령의 외동딸을 데리고 사는 과부가 있었다. 그리 못 생기지 않은 한 총각이 옆집에 나타나니, 침을 흘리며 당장 나의 고모님과 쑥덕거리더니, 나를 자기의 사위 감으로 점지하는 것이었다.  <계속>


박창환 목사
전 장신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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