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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타임스 - 이응도 목사 - 이민 사회의 자녀교육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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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도 목사 - 이민 사회의 자녀교육 637
기사입력시간 : [2018년 4월 12일 목요일]
상흔(傷痕) 1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 ‘상처’(傷處)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2000년을 전후로 한국사회가 복지국가로 변화하는 과정을 경험했고, 심리학과 상담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온 결과일 것입니다. 성장과 발전에만 집중하던 한국 사회가 개인의 삶에 남은 고통스러운 기억과 아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보편적으로 좋은 일입니다. 다만 이것이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받은 개인이 그 상처로 자신의 마음과 삶을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삶을 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현재의 부정적인 삶의 선택을 과거의 상처의 책임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때문에 우리의 삶에 남아 있는 상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금 말하는 상처는 우리의 삶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입니다. ‘기억’이라는 말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자주 상반된 기억을 가진 두 사람 사이에서 상담을 할 때가 있습니다. 분명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한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진술을 합니다. 말과 행동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각자의 감정이 섞이고 해석이 섞이고 필요와 소원이 섞이고 또 다른 기억들이 섞이고 유리한 기억을 선택하고 불리한 기억을 삭제하는 기능들이 섞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말하는 기억들은 모두 사실일 수도 있고 대부분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우리들의 재해석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있었던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기억은 왜곡되고 해석되고 창조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보다 일어난 일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우리의 해석에 따라 나를 공격하기도 하고 보호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용서하고 품고 묶는 사랑의 끈이 되기도 합니다. 알도스 험프리는 “경험이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뭔가 일어날 때 우리가 하는 행동이다.”라고 했습니다. 일어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고, 우리 안에 각인된 경험은 우리가 선택한 기억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상처가 있습니까?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늘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습니까? 있다면.... 우리에게 허락하신 신앙은 이 고통의 기억에 대해 어떻게 역사하고 있습니까? 함께 교회된 우리는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들 모두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요? 우리 안에 상처는 ‘신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신앙의 생활’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상이용사’였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친구에 의하면 자기 아버지는 6.25 전쟁에서 수류탄이 가까운 곳에 터져서 눈에 큰 상처를 입었고, 국가 유공자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가끔 친구의 아버지를 뵐 때면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말씀이 없으셔서 좀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문제는 친구의 아버지가 직업이 없었고, 국가에서 주는 보상으로 살면서 늘 술과 폭력으로 생활한다는데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가정을 떠나버렸고, 친구는 도시락조차 잘 싸오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의 상처를 온 삶으로 받고 살아야 하는 어린 아들 - 참 가슴 아픈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대부분 어느 정도의 상이용사들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세상과의 싸움이지 않습니까? 그 싸움의 과정에서 내 삶에 찾아온 불행들, 내가 경험했던 고통들은 내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채 내게 가장 가깝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반영됩니다. 내가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는 자녀들에게 여과없이 전달되고, 내가 세상에서 겪는 고통이 가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경험했던 신앙생활에 있어서의 고통들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경험들이 있습니다. 마치 상이용사와도 같습니다. 신앙을 시작하고 세상과의 격렬한 싸움의 과정을 지나온 우리들은 삶에 각인된 수많은 상처와 아픔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상처와 아픔들을 내 안에서 해결하지 못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술과 폭력으로, 분노와 원망으로 살았던 제 친구의 아버지처럼, 오늘 신앙 생활은 과거에 경험했던 상처와 고통의 연장이기 쉽습니다. 원하지 않지만 교회가 서로에게 있는 상처와 고통이 반복경험되는 장이 되기 쉽습니다. 서로에게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helper가 되어서 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지 못하고, 과거의 고통이 현재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서 반복되는 교회가 되는 것.... 우리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내는 비극입니다. 교회는 과연 이런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상이용사가 전쟁에서 적군에게 입은 상처를 오늘의 일상에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반복해서 경험하게 하는 어리석음이 아닌,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화해하게 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요셉의 고백을 묵상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요셉이 그들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마소서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리이까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 당신들은 두려워하지 마소서 내가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녀를 기르리이다 하고 그들을 간곡한 말로 위로하였더라”(창 50:19-21)



이응도 목사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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