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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49 | 아틀랜타에 산다는 것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고 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흐르는 물처럼 항상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냉철하고 논리적입니다. 매사에 막힘이 없고 뛰어난 판단력으로 세상을 간파하는 인물입니다. 항상 변화를 좋아하고 한 곳에 매이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물과 같은 액체로 있다가 기온이 떨어지면 단단한 고체 얼음이 됩니다. 뜨거운 열을 가하면 기체가 되어 허공을 가득 채웁니다. 언제든지 환경을 간파하고 융통성 있는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뛰어나고 모험 정신이 강합니다. 지혜자를 물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은 정말 기발한 발상입니다. 
지혜자와 달리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합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입니다. 가벼운 변화나 변덕스러움 보다는 우직함과 인내를 가지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인자한 사람입니다. 몸가짐도 묵직하고 의리와 신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군자의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항상 산처럼 침묵 속에서 넓고 웅대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작은 실패나 실수에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우쭐해하거나 기고만장 하지도 않습니다. 항상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킬 뿐입니다. 그래서 어질고 인자한 사람은 산과 조화를 이룹니다. 신기하게도 도(道)를 닦는 사람들은 머리를 깍고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산으로 들어갑니다. 편견일까요? 산과 숲이 많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변덕이 없고, 심지가 굳습니다. 사귀어 볼수록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목회를 하다가 이곳 아틀랜타로 부임해 온지 이 년이 되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는 서쪽으로 거대한 태평양을 끼고 있는 도시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쉽게 크고 넓은 푸른 바다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다보면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이 머릿 속에 떠오릅니다. 갈매기들의 꽥꽥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려오는 듯합니다. 참 멋있고 매력적인 곳입니다. 어리석고 우둔한 저에게 문학적인 감성을 일깨워주고, 대양의 깊은 지혜를 가르쳐 준 곳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런 아름다운 곳에서 인생의 한 시점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크고 넓으신 하나님께서는 인생의 한 단면 밖에는 보지 못하는 근시안인 저에게 로스앤젤레스 반대편에도 또 다른 푸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새롭게 펼쳐진 아틀랜타의 푸르름은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아틀랜타로 부임을 해 와서 우리 성도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로스앤젤레스와 아틀랜타, 둘 중에서 어디가 더 좋으냐?”라는 물음입니다. 매사에 내편과 네편을 나누는데 익숙하고, 승부를 보고 서열을 정해야 마음의 평화를 얻는 한국 사람들의 전형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질문입니다. 좋을 때는 다 좋지만, 언제고 관계가 힘들어지면 예상치 못한 된서리를 맞을 수 있는 질문인지라 조심해서 말을 하게 됩니다. “양쪽 다 좋습니다!”, “모두가 장 단점이 있지요!” 지혜롭게 빠져나아가는 대답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물로 푸르른 로스앤젤레스와 달리 아틀란타는 녹음으로 푸르른 곳입니다. 가는 곳마다 푸른 숲이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아틀랜타를 내려다보면 푸른 숲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이면 언제나 숲의 향긋한 냄새와 싱그러움이 아틀랜타 전역을 감쌉니다. 아무리 답답하고 막막한 문제가 있더라도 숲 속에서 심호흡을 두 번만 하면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는 넉넉함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한국 사람들의 깊은 정서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아틀랜타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틀랜타는 머리보다는 마음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복잡하고 헷갈리는 논리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혜자들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을 줄 아는 큰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가끔 아내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합니다. 그들이 쉬지 않고 뿜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 향기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 속에 숨어 자라는 나쁜 생각과 병원균들을 죽이기에 충분합니다. 심호흡 두방으로 우리 안에 숨어있는 나쁜 기운들을 단방에 날려 버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마도 옹졸하고 편협한 제가 크고 넓은 사람으로 살기를 바라시면서 이곳으로 보내신 것 같습니다. 아틀랜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크고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특히,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숲의 웅대함과 푸르름을 가지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드러낼 수 있는 아틀랜타 크리스천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세환 목사
서울 감리교신학대학교 (BA)
감리교신학대학 본대학원 (M.Th)
Saint Paul School of Theology (M. Div)

위치타 연합감리교회
엘에이 연합감리교회
아틀란타 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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